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듯한 비슬산 산행
태백산맥이 동해를 끼고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영일에 이르러 보현산과 팔공산을 일구면서 그 허리 부분을 마무리 짓고 다시 뒤이어 꼬리 부분에 힘을 주어 영남 알프스의 서북쪽 끝에 곁가지처럼 뻗어 올린 산이 바로 비슬산이다.
이름에 비파 비자와 거문고 슬자를 쓰고 있는 것은 정상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혹은 비슬이란 말이 인도의 범어의 발음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비슬의 한자 뜻이 포라고 해서 일명 포산이라고도 하였다 한다.
이름에서처럼 불교와 무관치 않은 듯 산골 곳곳에 절이 많은데 도성암을 비롯하여 유가사, 용연사, 용문사, 용천사, 수도암 등이 있고, 조화봉 아래 벼랑 위에 있었다는 대견사 터에는 대형 돌 축대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미루어 가히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2개 군 4개 면에 걸쳐 위치한 만큼 규모가 크고 정상 일대의 억새 군락과 병풍처럼 세워진 암벽이 장관을 이룬다. 대구에서 남쪽으로 30km 지점에 있어 교통편도 좋은 편이다.
정상은 암봉군으로 급경사를 이루면서 서쪽 아래로 유가사 계곡과 소재사 계곡이 형성되고 서북쪽으로는 반송동 계곡이 아기자기한 산세를 이루며 계류는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은 심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생명력이 강하나 식물이 많다. 산 중턱 이하에는 단풍나무 떡갈나무 참나무 벚나무 같은 활엽수가 소나무와 혼합림을 이루고 있으며, 능선 일대는 한 키가 넘는 억새풀과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어 장관이다.
현재 소재사 쪽에는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비교적 등산객의 발길이 드문 관계로 하산 길은 다소 애매한 데가 많이 있다. 또 능선 상에는 물이 없으니 이 점에 대비해야 한다.
산행가이드
산행의 기점은 주능선의 서쪽인 유가사와 양동 방향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교통편이 이곳으로 진입하는데 용이하고 유서 깊은 유가사를 비롯하여 소재사 쪽으로 내려가는 계곡의 경관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행코스가 단조로운 점이 없지 않아 동북 능선 아래 용천사와 북릉 아래를 겨냥해 하산하는 코스를 시도해 봄직하나 잘 확인해 나가야 한다.
비슬산 제1코스 <1.48km, 6시간>
유가사 버스종점에서 매표소 앞을 경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계곡길로 올라가면 갑자기 울창한 수림이 앞을 막으면서 오른쪽으로 숲길이 보인다. 수림 사이로 곧 유가사 일주문이 나타나고 그 뒤로 아담한 사우가 우뚝 솟은 정상을 배경으로 들어서 있어 첫눈에 감탄케 된다. 흘러넘치는 샘물의 맛도 좋다.
절 뒤로 조릿대 사이를 끼고 난 숲길로 들면 계류 건너 왼쪽 큰길로 올라가는 길이 완연하다. 왼쪽으로 수도암을 건너다보면서 곧바로 정상을 바라보고 올라가게 되는데, 10분 정도 숲길을 가다가 전망이 열리는 곳에 암벽으로 이뤄진 정상 일대의 전모가 장관이다. 사방에 널린 조릿대 군락이 마치 초원을 방불케 한다.
이제부터 돌발 길이 시작되고 약간 왼쪽으로 점점 경사를 높이면서 길게 지그재그로 올라가기 약 40분 만에 샘터에 이른다. 이곳 암벽 오른쪽 길목에 '이곳은 수도 중이오니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쓴 게 보이는데 실은 이쪽으로 들어가야 10분쯤만에 도성암이 된다.
왼쪽 길은 절 뒤로 돌아 올라가는 길인데 길이 좋지 않다. 도성암은 남향으로 아주 번듯한 위치에 규모 있게 지은 절이고, 이곳은 전망이 또한 그만이다. 절 뒤로 얼마 안 올라가서 뱀 터 왼쪽 길과 마주치고 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전망이 탁 트이면서 능선 위로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빤하게 보이는 주능선을 따라 약간 내려가는 듯하다가 숲길로 들어서 30분쯤 올라가면 주봉 직전의 암봉에 이른다. 이 뒤로는 밋밋한 풀숲 길을 따라 정상 위에 올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