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가기 좋은 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불산.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동해안을 끼고 달려 내려가다가 남쪽 끝에 이르러 대구 영천 분지에서 끊어질 듯하다가 여력을 모아서 경북 월성 군과 청도군, 경남 밀양군과 울주군 일대에 마지막 힘을 솟구치나 이른바 영남의 알브스다.
해발 1000m급 산군은 북쪽의 문복산과 고헌산 가지산을 필두로 그 서쪽에 운문산을 그 동남쪽에 천황산에서 신불산과 취서산을 이어 솟구치며 남해로 내려간다. 경부고속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언양과 통도사 인터체인지 사이에 오른쪽으로 고속국도와 나란히 길게 뻗어 나가는 멋진 연릉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연릉이 간월산과 신불산 취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 것이다. 이렇게 세 개의 산이 한 능선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다소 시간적 여유만 있으면 두 개의 산, 또는 세 개의 산을 모두 연결하는 연속 등산을 하기 십상이다.
주능선을 경계로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반대로 서쪽은 완만하여 대조를 이룬다. 북으로 간월산과 남으로 취서산이 각각 약 4km 남짓한 거리에 함께 맥을 잇고 있으므로 마치 같은 산으로 생각될 정도여서 이들과 따로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게 이 산의 특징이기도 하다.
72년 정초에 당시 교통편도 등산로도 아주 나쁜 때였는데 한국요산회원과 더불어 첫날은 가지산과 운문산을 다음날은 천황산에서 신불산과 취서산까지 한꺼번에 답사하고 온 적이 있는데, 그때 가지산, 천황산 신불산 능선에 한없이 덮였던 억새풀은 너무나 꿈만 같은 낭만적인 풍경이어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웬일인지 그 후로 찾아갈 때마다 기대하고 가건마는 전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그중에서도 취서산에 이르는 광활한 능선 위에 가득히 펼쳐진 억새 밭은 좀처럼 다른 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관이다.
신불산 산행 가이드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인 언양 방향에서 시작하는 경우와 서쪽 아래 백련마을 쪽에서 오르는 코스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정상에서 간월산이 3km 남짓하고 취서산은 4km 남짓하므로 필요에 따라 이들 산과 연결하는 등사노스를 잡으면 더욱 다양해진다.
신불산 제1코스 <11.5km, 5시간>
원동과 언양을 잇는 69번 도로를 경유 백련리에서 내린다. 여기서 동쪽 갈림길로 접어들면 백련암을 지나 주차장이다. 바위와 계류할 것이 주위 풍경까지도 깨끗하고 게다가 수량도 풍부하여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왼쪽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면 간월산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계곡길을 따라 신불재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계속 올라가게 된다. 계류를 바짝 끼고 마루턱을 겨냥해 올라가는데 빙글빙글 돌아서 올라가게 된다. 저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아찔할 정도로 아득하여 섬뜩하다. 30분 정도 올라간 곳에 집터가 있고 여기서부터는 밋밋한 오름길인데 올라갈수록 나무의 키가 점점 작아지더니 약 40분 만에 조릿대와 억새풀이 빽빽한 주능선 십자로 안부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으로 한 키가 넘는 억새 밭 한가운데를 가르고 남쪽으로 곧장 이어진 억새 밭 능선 뒤로 취서산 연릉이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서쪽으로 천황산 사자평 고원이 별세계처럼 보인다. 동쪽 아래로는 경부고속국도 위로 장난감 차가 오가는 것 같다.
하산 길은 올라오던 길로 되 내려간 신불재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어 계곡을 향해 아주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한다. 한 키가 넘는 억새 밭 사이로 꼬불꼬불 15분쯤 내려가다 왼쪽에 조그만 폭포 옆을 지나 1시간쯤 계속 내려가면 목장 앞에 이른다. 철조망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20분쯤만에 가천 마을회관이 나오고 좀 더 아래로 나가야 증남초등학교 앞 차도 변이자 버스정거장이다.